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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선과 자연 3> 가슴으로 하는 흡선
<흡선과 자연 3> 자기 자신만의 흡선 시술법을 스스로 찾으라는 뜻
 
서울흡선동아리<흡선과자연> 기사입력 2013/12/13 [10:27] 조회 7654

 
나는 오랫동안 이런 생각을 했다. 만약 파괴 기술이 점점 더 발달해서 언젠가 인류가 이 지구상에서 없어진다면, 이 인류 멸종의 원인은 인간의 잔인성이나 그에 대한 보복 행동이 아니라, 온순한 현대인들이 각종 야비한 계율에 비열하게 복종하는 데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보아온 끔찍한 역사, 또 앞으로 일어날 더 전율할만한 사건의 원인은, 반항하고 길들이기 힘든 사람의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온순하고 순종적인 사람의 수가 계속 늘어난다는 데 있다. -조르주 베르나노스

지난번 저희 동아리에서는, <산책>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삶이 함정이 되어버린 세상에서, 내 몸의 자연감각을 깨워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며, 그 느낌을 자연스럽게 표현하면서 생기는 친밀감으로 관계를 풍성하게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습니다.

이번에 모임에서는 상호교감하는 관계/협동적인 공동체의 역동적인 관계를 흡선을 하면서 음미해보자는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진정한 공동체를 찾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닌 세상입니다. 사람들은 친밀한 관계를 그리워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지내는 일을 가장 어려워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열고 무슨 이야기든 털어놓을 수 있고, 모든 것을 받아들여줄 수 있는 그런 이웃들이 존재하기를 꿈꾼다면 너무 낭만적인 일일까요. 그러한 세상을 꿈꾼다는 것이 터무니없는 몽상에 불과할까요. 그러나 꽤 오랜 시간 동안 저희는 마을공동체라는 심리적 시공간을 살아오면서 비로소 그러한 세상이 존재한다는 - 혹은 한때 존재했거나 언젠가 존재하게 될 것이라는 - 사실을 믿을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의사소통하다communicate'와 '공동체community'란 단어는 동사와 명사라는 차이는 있지만 어근은 같습니다. 의사소통의 훌륭한 원칙은 공동체 형성의 기본원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의사소통하는 방법을 저절로 깨닫기가 참 어렵기 때문에, 또한 의사소통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때로 공동체의 법칙이나 규칙에 무지하기도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 무의식적으로 의사소통의 규칙이나 공동체 규칙을 우연히 발견하기도 하지만, 그 과정이 무의식적으로 일어났기 때문에 그 규칙을 실천하는 법을 잊어버리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저희 흡선동아리는 우연히 만들어진 작은 공동체입니다. 세 명의 개인과 마찬가지로 흡선동아리도 독특한 특성이 있습니다. 여전히 우리는 인간조건을 공유하고 있는데, 일정한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단계는 ‘가짜 공동체 - 혼란 - 마음비우기- 흡선동아리’. 이 단계를 정확하게 따르는 게 아니라 왔다갔다 하지만, 마을이라는 공동체에서 이미 경험했던 관계의 수순을 자연스럽게 다시 거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짜 공동체 단계에서 저희는, 흡선을 접했다는 기쁨에 겨워 ‘자신의 건강이 약한 부분’을 서슴없이 털어놓으며 친밀감을 과시했습니다. 마치 즉석 동아리를 단번에 완성한 것처럼 들떠서, 처음 강의를 듣자마자 그 다음날부터 곧바로 서로의 등에 흡선기를 붙이기 시작했습니다. 10회까지 해도 흡선기 자국만 남을 뿐 수포반응이 거의 없었지만, 일상의 작은 불편이나 피곤함이 사라지고 기분이 좋아진다며 엎드리자마자 힘껏 압력기를 잡아당겼습니다. 회수를 거듭할수록 이런 말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왜 그렇게 아프게 하는 거야”
“끝나면 개운하고 시원하잖아. 좀 참아.”

이러면서 혼란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압력기를 든 사람은 엎드린 사람을 헤아리지 않고, 그 헤아리지 않는 마음이 압력기만 들면 교대로 되풀이 되면서 짜증이 일어났습니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갈등을 피하기 위해 자신의 아픔을 감추고 온건한 표정을 지으면서 선의의 말을 주고받으며 등을 쓸어주었습니다.

그것은 계획적으로 악의에 찬 거짓말을 하는 의식적인 위장이 아니었습니다만, 그리고 확실히 유혹적인 태도이긴 했습니다만, 흡선의 기쁨을 가로막는 부적절한 방법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그것은 아픔에 대한 개인차를 가볍게 여긴 것이며, 개인차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음이며, 개인차를 무시하는 것이었습니다. 저희는 갈등을 회피하기 보다는 갈등을 해소하는 방향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의 부분을 되새김해보기로 했습니다.

“강봉천 선생의 '백성의 의술이니 백성의 품으로'라는 말의 의미는, 흡선을 단순히 누구나 아무렇게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자신만의 흡선시술 방법을 스스로 찾으라는 뜻이 더 강하다고 할 수 있다. 환자에게 맞추라, 그래서 환자자신의 흡선이 되게 하라는 뜻이다.”

엎드린 사람을 고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압력기를 들기 보다는, 서로가 보살피고 격려하고 도움을 주는 호혜적 관계를 되살린다는 측면에서 흡선이 자연적이며 생태적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했습니다. 우리가 그걸 지향하는 이유는, 흡선을 하면서 평화의 관계망이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삶이 더욱 풍성해지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가짜공동체와 혼란기를 거치면서 좀 더 앞으로 나아갈 필요를 느꼈기 때문에 그러한 과정을 거쳤던 것이 한층 희망을 주기도 했습니다. 아울러 때로 흡선의 기쁨을 가로막는 ‘강요하는 듯한 대화’가 우리를 불편하게 한다는 면을 들여다보기도 했습니다.

마음비우기 단계에서는, 서로의 차이를 없애려고 하거나, 내 맘에 맞게 너의 태도를 고치라고 하거나 하는 자기중심적인 욕망을 버리고, 상호의 차이를 이해하고 기뻐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엎드린 사람이 아프다고 하면 빨리 화제를 돌려 그 말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그 느낌을 주의 깊게 관찰하면서, 마치 흡선의 대가라도 되는 양 했던 행동을 멈추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흡선동아리는 기쁘기도 하지만 또한 현실적이기도 합니다. 섭섭한 일과 기쁜 일이 적당한 비율로 일어나는 순간순간들을 받아들이자 저희 세 명 총합의 이상으로 어떤 특별한 연대의식 같은 게 느껴집니다.

저희들은 그러한 여린 마음의 상태에서 정말 은밀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주고받기도 합니다. 때로 슬픔과 비애가 흐르고, 웃음과 기쁨이 터지기도 하면서 더 통합된 무엇인가를 느낄 때도 있습니다. 비록 일차적인 목표는 단순히 흡선을 즐기고 그에 따른 치유를 통하여 도움을 받는 것일지는 모르지만, 작은 동아리에서 누리는 공통적인 정서는 기쁨인 것 같습니다.

저희가 가짜공동체 단계에서 멈추어버렸다면, 서로의 참모습을 마주하여 평화를 경험하기는커녕 사회적 통념에 길들여진 가면을 벗지 못했을 것입니다. 흡선동아리를 통하여 내 몸에 아픔을 가할 때 ‘나에게 맞추어 달라’고 말할 수 있고, 그 말에 귀 기울이며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작지만 기쁜 경험인 것 같습니다.

만약에 강봉천 할아버지가 추간판탈출증(디스크)이라는 진단을 받고 노인이라 수술조차 할 수 없어 치료가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은 다음, 그것을 온순하게 받아들이고 복종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생명과 자유의 민중의술이라 일컬어지는 흡선치유법은 태어나지 못했겠죠.

강봉천 할아버지의 자신의 생명에 대한 태도는, 기존의 가치체제에 반항하고 길들이기 힘든 사람이 이루어낸 수많은 가능성을 가진 공동체의 씨앗이 아니었을까요, 너와 나를 연결하여 기쁨과 평화를 흐르게 하는 자연공동체를 품은 우리의 가슴이 아닐까요.

다음에는 자연공동체를 닮은 “관계의 언어, 가슴의 대화”에 대해 공부해보겠습니다.
 
                                                                                         <흡선과 자연>


기사입력: 2013/12/13 [10:27]  최종편집: ⓒ 흡선치유닷컴
 
df 13/12/21 [09:23] 수정 삭제  
  gh
자이브 15/02/08 [10:38] 수정 삭제  
  흡선을 하고 싶어도 나홀로집은 해 줄 사람이 없어 못합니다
서울에도 동아리방이 있어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서로 도움 줄 수 있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어요. 아쉬운 점입니다
혼자서는 다 못하는 흡선의 방법이 아마도 공동체를 살아야 한다는 뜻인지,,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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